《21세기의 통화정책》(벤 S. 버냉키) '인플레이션의 상승과 하락' 리뷰
《21세기의 통화정책》 1부: 인플레이션의 상승과 하락 - 연준의 역사를 통해 배우는 경제의 흐름
핵심 내용: 인플레이션이라는 거대한 파도와 연준의 대응 역사
벤 S. 버냉키의 《21세기의 통화정책》 1부 '인플레이션의 상승과 하락'은 20세기 중반부터 21세기 초반까지 미국 연방준비제도(이하 연준)가 인플레이션이라는 거대한 경제적 도전에 어떻게 맞서 싸웠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통화 정책이 어떻게 발전해왔는지를 생생하게 보여줍니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이자 전 연준 의장으로서 버냉키는 역사적 사례와 그의 통찰력을 바탕으로 대 인플레이션 시기의 혼란, 그리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역대 연준 의장들의 고뇌와 결정을 상세히 분석합니다. 이 파트는 독자들이 인플레이션의 본질과 통화정책의 중요성을 이해하는 데 필수적인 배경 지식을 제공합니다.
기본 개념: 인플레이션과 통화 정책의 상호작용
이 책의 1부에서 버냉키는 인플레이션과 통화 정책의 복잡한 상호작용을 설명하며 다음과 같은 기본 개념들을 제시합니다.
- 인플레이션의 본질 (Nature of Inflation): 인플레이션은 단순히 물가 상승을 넘어, 경제 주체들의 '기대'와 '심리'가 반영되는 현상임을 강조합니다. 한 번 인플레이션 기대가 형성되면, 이는 임금과 물가 상승의 악순환을 유발하며 자기실현적 예언처럼 작동할 수 있습니다.
- 연준의 역할 (Role of the Fed): 연준은 물가 안정과 완전 고용이라는 **두 가지 목표(Dual Mandate)**를 가지고 통화 정책을 운용하는 중앙은행입니다. 금리 조절, 공개 시장 운영 등을 통해 통화량과 신용 공급을 조절함으로써 인플레이션을 통제하고 경제 안정을 도모합니다.
- 정책 결정의 복잡성 (Complexity of Policy Decisions): 통화 정책 결정은 단순히 경제 지표만을 보는 것이 아니라, 당시의 정치적 압력, 사회적 분위기, 그리고 과거의 실패에서 얻은 교훈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야 하는 복잡한 과정임을 보여줍니다.
버냉키는 이러한 개념들을 바탕으로 연준의 역대 의장들이 각자의 시대적 과제 속에서 어떻게 인플레이션에 대응했는지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설명합니다.
인플레이션과의 씨름을 보여주는 세 가지 시대별 사례
버냉키는 1부에서 1970년대의 '대 인플레이션'부터 1990년대 '대호황'까지, 인플레이션의 흐름과 연준의 통화정책을 이끈 역대 의장들의 이야기를 조명합니다.
- '대 인플레이션' 시기 (1970년대): 혼란과 정책적 시행착오 1970년대 미국은 높은 실업률과 함께 두 자릿수에 육박하는 극심한 인플레이션에 시달렸습니다. 이는 석유 파동, 정부의 확장적 재정 정책, 그리고 인플레이션 기대 심리가 맞물린 결과였습니다. 당시 연준은 인플레이션의 원인을 명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실업률을 낮추기 위해 통화 완화 정책을 시도하는 등 시행착오를 겪었습니다. 물가 통제 위원회를 통한 직접적인 임금 및 물가 통제도 시도되었으나, 이는 오히려 시장 왜곡과 공급 부족을 초래하며 인플레이션을 더욱 부추기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이 시기는 통화 정책이 얼마나 복잡하고 예측 불가능한 변수들로 가득 차 있는지, 그리고 인플레이션 기대 심리가 한 번 형성되면 얼마나 통제하기 어려운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 폴 볼커 시대 (1979-1987): '인플레이션 파이터'의 등장 아서 번스 의장의 뒤를 이어 1979년 연준 의장에 취임한 폴 볼커는 역사상 가장 대담한 통화 정책을 펼쳤습니다. 그는 물가 안정을 최우선 목표로 삼고, 과감한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했습니다. 당시 기준금리는 20%에 육박했고, 이는 단기적으로는 극심한 경기 침체와 높은 실업률을 야기했습니다. 그러나 볼커는 정치적 압력에도 불구하고 강력한 의지로 인플레이션과 싸웠고, 결국 사람들의 인플레이션 기대 심리를 꺾는 데 성공했습니다. 그의 강력한 정책 덕분에 1980년대 중반부터 인플레이션은 안정화되기 시작했으며, 이는 중앙은행의 독립성과 물가 안정 목표의 중요성을 극명하게 보여준 사례로 평가됩니다.
- 앨런 그린스펀 시대 (1987-2006): '대안정기'의 통화 정책 볼커의 뒤를 이은 앨런 그린스펀 의장 시기(1990년대)는 **'대안정기(Great Moderation)'**로 불릴 만큼 낮은 인플레이션과 안정적인 경제 성장이 지속되었습니다. 그린스펀은 신중하고 점진적인 금리 조절을 통해 경제의 연착륙을 유도했으며, 기술 발전과 세계화라는 시대적 흐름 속에서 유연한 통화 정책을 펼쳤습니다. 그는 과열 징후가 보이면 선제적으로 금리를 인상하고, 경기 침체 우려가 있을 때는 신속하게 금리를 인하하는 '보험성 금리 인하' 등의 정책으로 경제의 균형을 유지했습니다. 이 시기는 중앙은행의 적절한 대응이 경제 안정과 성장에 얼마나 크게 기여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시입니다.
핵심 키워드 및 핵심 문장과 해석
- 대 인플레이션 (Great Inflation): 1970년대 미국을 휩쓸었던 고물가-고실업의 혼란기를 지칭합니다.
- 해석: 이는 단순한 물가 상승이 아니라, 통화 정책의 실패와 인플레이션 기대 심리가 맞물려 경제 전반에 큰 상처를 남긴 시기로, 현대 통화 정책 수립에 있어 중요한 교훈을 제공했습니다.
- 인플레이션 기대 (Inflation Expectations): 사람들이 미래에 물가가 얼마나 오를 것이라고 예상하는 심리입니다.
- 해석: 이 기대 심리는 실제 인플레이션을 유발하거나 악화시킬 수 있으므로, 중앙은행이 물가 안정을 위해 가장 중요하게 관리해야 할 요소 중 하나입니다.
- 신뢰성 (Credibility): 중앙은행이 물가 안정 목표를 달성할 것이라는 시장의 믿음입니다.
- 해석: 폴 볼커가 인플레이션을 잡을 수 있었던 핵심적인 이유는 그의 강력한 의지와 일관된 정책으로 시장의 신뢰를 얻었기 때문입니다. 신뢰성은 통화 정책의 효과를 극대화하는 보이지 않는 자산입니다.
- 이중 책무 (Dual Mandate): 연준의 물가 안정과 완전 고용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의미합니다.
- 해석: 이 두 목표는 때로는 상충할 수 있으므로, 연준은 경제 상황에 따라 적절한 균형점을 찾아 정책을 수립하고 실행해야 하는 복잡한 과제를 안고 있습니다.
마무리: 인플레이션의 교훈과 삶의 적용
벤 S. 버냉키의 《21세기의 통화정책》 1부는 단순히 과거의 경제사를 나열하는 것을 넘어, 인플레이션이라는 거대한 경제 현상의 본질과 이에 대응하는 중앙은행의 역할에 대한 깊은 이해를 돕습니다. 1970년대의 시행착오, 1980년대 볼커의 대담한 결단, 그리고 1990년대 그린스펀의 유연한 접근 방식은 통화 정책이 어떻게 진화해왔는지를 명확히 보여줍니다.
이 역사를 통해 우리는 '물가 안정'이 경제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필수 조건임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됩니다. 또한, 인플레이션 기대 심리의 중요성과 중앙은행의 신뢰성이 얼마나 강력한 정책 도구가 될 수 있는지를 배울 수 있습니다.
개인의 삶에서도 이는 중요한 교훈을 제공합니다. 급변하는 경제 상황 속에서 인플레이션은 우리 자산 가치와 실질 소득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이 책은 우리가 경제 뉴스를 단순히 소비하는 것을 넘어, 통화 정책의 기본 원리를 이해하고 미래의 경제 흐름을 예측하는 데 필요한 통찰력을 길러줍니다. 과거의 교훈을 통해 현재의 경제 상황을 이해하고, 미래를 대비하는 현명한 경제적 판단을 내리는 데 이 책은 매우 유용한 가이드가 될 것입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