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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소년이 온다』 (한강 작가)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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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슬픔과 강렬한 울림, 한강 작가 『소년이 온다』 다시 읽기 (7000자 내외)

"그날 이후, 너의 모든 밤들은 이전의 밤들과 같지 않을 것이다."

한강 작가의 맨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수상작 『소년이 온다』. 1980년 5월, 대한민국 현대사의 가장 깊은 상처로 남아있는 광주 민주화운동의 열흘간의 기록과 그 이후, 남겨진 사람들의 고통과 슬픔, 그리고 그 속에서 피어나는 인간의 존엄성을 섬세하고도 강렬한 필치로 그려낸 이 소설은 발표된 지 오랜 시간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많은 독자들의 가슴에 묵직한 파장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단순한 과거의 비극을 넘어, 폭력의 본질과 그로 인한 트라우마가 개인과 사회 전체에 드리우는 깊은 그림자를 다각적인 시선으로 담아낸 이 작품을 다시 한번 깊이 읽으며 그 의미를 되새겨 봅니다.

📖 엇갈린 기억의 파편들, 다섯 개의 시선으로 그려낸 광주의 비극

『소년이 온다』는 특정한 주인공의 시점을 따라가는 대신, 1980년 5월 광주를 겪었던, 그리고 그 이후의 시간을 살아가는 다섯 명의 인물들의 목소리를 통해 이야기를 직조해 나갑니다. 첫 번째 시점은 열다섯 살의 어린 나이에 계엄군의 총탄에 스러진 중학생 이동호입니다. 짧고 강렬한 그의 시선은 당시의 혼란과 공포, 그리고 갑작스러운 죽음의 순간을 생생하게 전달하며 독자들을 그날의 비극적인 현장 속으로 끌어들입니다. 어린 소년의 순수한 눈에 비친 어른들의 폭력과 무력함은 더욱 큰 슬픔과 안타까움을 자아냅니다.

두 번째 화자는 동호의 한 살 아래 친구였던 정대입니다. 그는 살아남았다는 죄책감과 친구를 지켜주지 못했다는 자책감에 시달리며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냅니다. 당시 함께 시신을 수습했던 형들의 이야기를 통해 그는 억압적인 현실 속에서 느끼는 무력감과 분노, 그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지키려 했던 사람들의 모습을 목격합니다. 그의 불안하고 흔들리는 시선은 살아남은 자의 고통과 트라우마를 고스란히 보여줍니다.

세 번째 목소리는 스물두 살의 여성 박은숙입니다. 그녀는 수많은 시신들을 염하고 수습하는 끔찍한 경험을 하며 깊은 정신적인 상처를 입습니다. 그녀의 이야기는 폭력이 개인에게 얼마나 깊고 오래 지속되는 트라우마를 남기는지, 그리고 그 상처를 극복하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보여줍니다. 오랜 침묵 끝에 어렵게 과거의 기억을 끄집어내어 증언하는 그녀의 모습은 진실을 향한 용기와 애도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네 번째 화자는 사건으로부터 20년 후, 당시의 기록들을 편집하는 출판사 편집자 김진수입니다. 그는 자료를 검토하며 과거의 진실과 마주하고, 그날의 아픔이 여전히 현재진행형임을 깨닫습니다. 그의 시선은 시간이 흘러도 잊혀지지 않는 역사의 무게와, 과거의 진실을 기억하고 기록하는 행위의 의미를 되새기게 합니다. 그는 과거의 아픔을 외면하려는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진실을 밝히려는 노력을 통해 역사에 대한 책임감을 보여줍니다.

마지막 시점은 다시 죽은 동호의 영혼이 되어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이야기를 마무리합니다. 그의 초월적인 시선은 살아남은 사람들의 고통과 슬픔을 더욱 객관적으로 조망하며, 폭력으로 인해 잃어버린 수많은 생명들의 넋을 위로하는 듯합니다. 그의 마지막 독백은 독자들에게 깊은 슬픔과 함께 긴 여운을 남기며,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무엇인지 다시 한번 되묻습니다.

🗣️ 침묵과 외면, 그리고 용기 있는 고백

『소년이 온다』에서 등장인물들은 끔찍한 사건 이후 오랫동안 침묵하거나, 고통스러운 기억을 애써 외면하려 합니다. 그것은 자기 방어기제일 수도 있고, 당시 사회를 짓누르던 공포와 억압적인 분위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작가는 이러한 침묵이 결코 망각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며, 오히려 깊은 내면의 상처를 더욱 곪게 만들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은숙이 오랜 침묵 끝에 어렵게 자신의 트라우마를 고백하고, 진실을 증언하기 위해 용기를 내는 모습은 상처를 치유하고 과거와 화해하기 위해서는 고통스러운 기억을 직면하는 과정이 필수적임을 시사합니다.

📝 기억의 연대, 역사의 아픔을 넘어 미래로

20년 후, 진수가 과거의 기록들을 편집하며 그날의 진실과 마주하는 과정은 기억의 연대가 어떻게 개인의 상처를 치유하고 사회 전체를 변화시킬 수 있는지 보여줍니다. 그는 과거의 아픔을 외면하려는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도 묵묵히 기록을 되살리고, 그날의 진실을 세상에 알리려 노력합니다. 그의 행동은 과거의 비극을 기억하고 현재의 아픔에 공감하며, 더 나아가 더 나은 미래를 향해 나아갈 수 있도록 우리에게 용기와 희망을 불어넣습니다.

📚 『소년이 온다』를 다시 읽어야 하는 이유: 깊은 슬픔을 넘어선 울림

『소년이 온다』는 단순한 과거의 기록을 넘어, 폭력과 인간의 존엄성, 상실과 애도, 그리고 기억과 연대라는 보편적인 주제를 깊이 있게 탐구하는 문학 작품입니다. 한강 작가의 섬세하면서도 강렬한 문체는 독자들의 감정을 깊숙이 파고들어 쉽게 잊히지 않는 깊은 울림을 남깁니다. 이 소설을 다시 읽는 것은 다음과 같은 의미를 지닙니다.

  • 잊혀서는 안 될 역사의 기억: 5월 광주 민주화운동은 우리 현대사의 가장 슬픈 페이지 중 하나입니다. 『소년이 온다』는 당시의 참혹했던 상황과 평범했던 사람들의 희생을 생생하게 그려내며, 우리가 결코 잊어서는 안 될 역사의 아픔을 다시 한번 상기시켜 줍니다.
  •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깊은 성찰: 극한의 폭력 상황 속에서도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잃지 않으려 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는 인간 존재의 가치와 존엄성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합니다.
  • 상처와 치유의 보편적인 메시지: 소설 속 인물들이 겪는 트라우마와 이를 극복하려는 노력은 개인적인 경험을 넘어 모든 상처받은 사람들에게 깊은 공감과 위로를 전하며 치유의 메시지를 던집니다.
  • 문학의 힘과 역할에 대한 재인식: 아름답고도 강렬한 문장, 그리고 깊이 있는 메시지를 통해 문학이 단순한 이야기가 아닌, 인간의 감정을 어루만지고 사회의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강력한 힘을 지니고 있음을 깨닫게 합니다.

⭐ 이 책을 당신에게 추천합니다

  • 한국 현대사의 아픈 과거에 대해 더 깊이 이해하고 싶은 분
  • 폭력과 트라우마,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해보고 싶은 분
  • 섬세하고도 강렬한 문학 작품을 통해 깊은 감동과 여운을 느끼고 싶은 분
  • 역사 속 개인의 고통에 공감하고, 더 나아가 사회적인 연대의 필요성을 느끼는 분

마무리하며

『소년이 온다』를 다시 읽는 것은 단순한 독서 경험을 넘어, 우리의 역사와 인간의 본성에 대한 깊은 성찰의 시간으로 우리를 이끌 것입니다. 5월 광주의 영령들을 기리는 마음으로, 이 작품이 던지는 묵직한 질문들을 함께 고민하며, 더 나아가 우리 사회가 과거의 아픔을딛고 어떻게 더 성숙한 미래를 만들어나갈 수 있을지 함께 생각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이 책이 당신에게 깊은 슬픔과 함께,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망을 잃지 않는 용기를 선사하리라 믿습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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